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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TV의 재탄생, LG '클래식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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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스터프™ 2009. 10.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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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매번 느끼지만 분당에서 일산은 너무 멉니다. 귀가할때마다 2~3시간 기본 ㅜㅜ)의 컨벤션 센터인 킨텍스(KINTEX)에서는 전자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KES2009라 불리는 이번 전자전은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데요, 작년이나 올해나 3~4년정의 영화를 재현할만큼의 다양한 업체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전자제품의 트랜드나 각 기업들의 기술들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전시회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중 LG 부스에서 핫스터프의 눈을 확 사로잡는 제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제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UFO가 테이블에 착륙한 모습같기도 하죠? 이 제품은' LG 클래식 TV'입니다. 클래식 방송만 보라고 만든 TV는 아니고요, 말 그대로 클래시컬한 외관이 특징인 제품이죠. 동글동글한 라인과 바닥을 딛고 있는 다리, 그리고 안테나의 조합이 요즘 제품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죠?

'이게 도대체 뭔교?'


일종의 '역발상'의 성공일까요? '클래시컬'한 외관을 갖고 있다고 초슬림 LCD TV에 밀리는 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클래식 TV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곤 했는데요, 사진에서처럼 젊은 분들도 그리고 연세 지긋하신 분들도 이 제품에 관심이 가는 것은 매 한가지였습니다.



이 제품이 바로 오늘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입니다. 14SR1DB로 명명된 이 '클래식 TV'에는 요즘엔 생산라인조차 문을 닫거나 멈춰있는 브라운관이 사용됐습니다. 브라운관 외곽으로 사용된 널찍하고 둥글한 베젤은 제품을 한층 정감가게 만들어 줍니다.


베젤 위쪽으로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Since 1927이라고 적혀있습니다. 1927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브라운관 TV가 출시된 해입니다. '클래식 TV'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컨셉으로 제작된 제품입니다.

'클래식 TV'의 디자인 모티브가 된 고전 TV


이 제품은 1966년 출시된 금성(구 LG)의 TV입니다. 브라운관의 모습이나 채널 선택을 위한 로터리식 노브, 그리고 버튼, 마지막으로 보기 편한 높이로 만들어 주는 4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어떠세요? 이번 '클래식 TV'가 무려 43년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겠다 싶으시죠?^^ 무척 오래된 제품이지만 왠지 카페나 거실에 두면 꽤 멋스러울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너무 구식이라 그런건가요? 아니면 복고가 트랜드이기 때문인가요?


'클래식 TV'에서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바로 로터리 타입의 채널과 음량조절 노브입니다. 생긴것이 정말 20~30년전에 제가 봤던 TV의 노브와 비슷합니다. 요즘 TV에서는 이 채널버튼이나 볼륨버튼을 찾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뒤져봐야하는 것 과는 달리 큼직하고 직관적이라 왠지 손을 한번 뻗어 돌려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채널을 돌려봅니다. '드르륵'거리며 돌아가길 기대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좌측과 우측으로 조금씩 회전하며 채널을 바꾸거나 음량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돌렸을때 딸깍 거리는 느낌을 만들어줬으면 어땠을까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이왕이면 '더 아날로그적으로'라는 컨셉에서 말이죠.


아날로그스러운 노브지만 외관만큼이나 버튼도 디지털적인 요소를 더했습니다. 노브의 모서리쪽의 LED가 그렇구요, 채널노브의 경우 안쪽에 2개로 분할된 버튼을 이용해 SELECT기능이나 MENU기능으로 작동됩니다. 전원버튼은 음량버튼 안쪽에 있습니다. 한번 꾹 누르면 꺼지고, 다시 꾹 누르면 켜지는 타입입니다.


아래쪽에는 4개의 지지다리가 있습니다. 덕분에 '클래식 TV'는 이제 막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에 착지한 UFO의 모습같기도 한데요, 사실상 이 모습은 아주 오래전 LG가 선보인 TV의 컨셉을 그대로 계승한 디자인입니다. 대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또 크롬도금을 하여 한층 더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바꿨습니다. 바깥쪽으로 살짝 뻗어 있는 데다가 바닥쪽으로는 널찍하게 퍼치게 되어 있어 한층 더 안정적인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클래식 TV'의 옆모습도 한번 살펴봅시다. 옆모습도 앞모습 못지 않게 꽤 흡족한 스타일이죠? 브라운관이 있는 부분은 적절히 볼륨감을 주고, 일명 '뒤통수'(한때 지인끼리는 뒤통수 없는 TV-'LCD TV나 슬림 TV를 의미' 한번 써보자는 이야기도 하곤 했었지요.)의 컬러를 밝게 해서 컬러가 꽤 세련된 느낌입니다.



이쁘게 잘 마감해 놓은 안테나의 끝부분


위쪽에서 봤을때도 그 멋스러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니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안테나 디자인에 있습니다. 예전같으면 그냥 구멍하나 내어놓고 '툭' 꼽아서 쓰는 투박한 스타일이었는데 '클래식 TV'의 안테나는 고정된 모양새도 그렇고 색상도 그렇고 제품과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곤충의 더듬이처럼 좌우로 펼칠 수도 있고, 또 빙빙 돌려 회전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안테나로 TV를 감상하지 않더라도 있고 없음의 차이는 매우 클 것 같은 스타일입니다. 특히 안테나의 끝부분도 안테나 고유의 금속재질이 아니라 제품 뒷면과 같은 하얀 컬러의 캡을 씌워놓아 세심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왕 만드는 것, 뒷모습에도 신경을 안쓸 수 없었을까요? 브라운관을 비롯한 내부 부품의 열방출과 공기의 회전을 돕기 위한 홀도 그냥 밋밋한 직선이나 원형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물결치는 파도의 모습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부채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할머님이 곡식을 털던 채같기도 합니다.


'클래식 TV'는 SD급의 디지털방송도 수신이 가능한 기특한 TV입니다. 외관이 좀 아날로그틱하지만 꽤 요긴하겠죠? 입력단자는 이렇게 구서되어 있습니다. 안테나케이블 연결잭을 비롯해 RCA단자가 있어서 비디오나 DVD 플레이어와 같은 외부 플레이어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TV'를 보며 또 한번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 리모컨입니다. 비록 1927년 국내 최초의 TV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하지만 로터리 노브에만 기대기에는 우리가 너무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죠? 그래서 이런 리모컨을 준비한 것 이겠지요. 일단 본체디자인만큼이나 리모컨도 아기자기 합니다. 기능이 심플한 덕분에 버튼 또한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조용히 만들어 주는 음소거 버튼을 비롯해 메뉴 버튼, 전원 버튼, 채널입력 버튼, 그리고 채널변경 버튼과 음량버튼, 그리고 확인 버튼이 요란하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뒷면의 모습도 한번 스을쩍 살펴봅니다. LG로고와 시리얼 정도가 보이네요. 전체적으로 둥근 형태로 디자인된 덕분에 손에 꼭 쥐었을때 그립감이 꽤 좋습니다.


아래부분에는 고무소재가 덪대어 있습니다. 왜일까요? 충격보호? 아니면 그냥?


바로 이렇게 세워두도록 디자인 되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지금 여기까지 발전해 온 것을 하나의 사물로 비쳐보자면 '오뚜기'라는 장난감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아름다운 땅을 그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자는 '오뚜기 정신'으로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요? 어쩜 이 '클래식 TV'에서도 과거를 회상하며 '오뚜기 정신'으로 어떤 역경도 헤쳐나가자는 강인한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래식 TV'가 구닥다리 TV를 컨셉으로 잡았다고 해서 기능도 구닥다리가 아님은 버튼이나 리모컨을 통해서도 확인하셨죠? 비록 브라운관이지만 일반 TV 못지 않은 기능도 있습니다. 채널노브의 오른쪽에 있는 M버튼, 즉 MENU 버튼을 누르면 '클래식 TV'를 좀 더 잘 사용하기 위한 기능들과 관련된 메뉴가 나옵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화면이 시커멓게 보이거나 검은 라인이 생기는 것은 촬영과정에서 셔터스피드와 TV주파수가 겹쳐지면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실제 화질은 부드러우면서도 보기 좋은 화질을 구현합니다.


일단 기본적인 채널설정화면입니다. 자동채널설정은 물론 디지털과 아날로그 중 하나를 세팅할 수 있는데다가 채널까지 자동으로 기억하고 또 불필요하면 지울 수 있습니다. 신호세기까지 표시해주는 바도 있습니다.


다른쪽에는 이처럼 디지털 화면의 비율을 조정하기 위한 화면 크기 세팅 메뉴를 비롯해 자막방송을 볼 수 있도록 세팅하는 메뉴들도 보이네요.


더불어 시간설정에는 현재시간은 물론 켜짐시간, 꺼짐시간의 세팅, 더불어 취침예약이나 자동꺼짐과 같은 편리한 세팅도 가능합니다. 음량도 직접 조절할 수 있군요.


음질도 변화를 줄 수 있는데요, 음성언어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고음과 저음 두가지 옵션을 마련해 유저의 취향에 맞게 음향을 세팅하여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능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영상모드에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클래식 TV'라고 함은 흑백영상을 통해 완성되는 것 아니겠어요? '클래식 TV'에서는 이를 잊지 않은 듯 합니다. 입력영상에 상관없이 이처럼 '흑백영상'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던 것이죠.





흑백영상이 다는 아닙니다. 세피아영상은 물론 선명한 영상, 부드러운 영상의 세팅도 있습니다.


혹시 이런 영상세팅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색온도를 비롯해 명암, 밝기, 색농도, 선명도, 색상 등을 직접 입력하고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같은 기기라도 세팅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카메라를 생각하면 TV세팅도 '능력자'가 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전 이 '클래식 TV'를 보며 꽤나 유쾌했습니다. LG전자라 하면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대기업 브랜드 아닙니까? 이런 큰 기업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첨단 기술과 기능에만 집중을 하다보면 정작 해당 기기가 가진 '본질적인 존재이유', 그리고 우리가 그런 기기들을 사용하면서 '추억'으로만 간직했던 '재미'를 그저 과거의 불필요한 경험으로만 치부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성이 조금은 불확실하고 시대적으로도 한창 뒤떨어져있는 생산라인에 다시 불을 켜서 이런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것은 물론 출시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은 대기업들 역시 제품에 대한 본질적인 존재이유나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노력에 화답을 하듯, 많은 이들이 이 제품에 대해 관심을 느꼈구요. 이 제품은 11월경 출시가 된다고 합니다. 가격은 20만원 초반대로 책정이 될 예정이라고 하구요. 안방 침대에 누워 오뚜기 리모컨을 살포시 들어 흑백모드로 고전영화 한편을 흑백모드로 감상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소품 그 이상의 추억과 가치는 여기에서 생기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글/편집 : http://hotstu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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