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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눈사람 구경하고 가세요.

룩&필

by 핫스터프™ 2009. 12. 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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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린시절 저희 집은 높은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높은곳을 어찌 걸어 올라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상당히 가파른 언덕이었죠.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관문 아닌 관문 중 하나가 바로 그 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덕이 매번 불편한것 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겨울 함박눈이 펑펑 오게 되면 이 언덕은 여느 스키장 부럽지 않은 슬로프가 펼쳐졌습니다. 요즘처럼 멋진 보드나 스키, 그리고 복장조차도 갖추지 못하고 그저 비닐봉지에 털장갑 하나만 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이런 마음은 비단 저 혼자만 가진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눈이와서 언덕을 수북히 쌓인 다음날 많은 아이들이 어김없이 비슷한 차림새로 놀러를 나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이 언덕 슬로프는 아주 뺀질뺀질하게 잘 닦여져 흡사 봅슬레이 경기장이라도 될 기세입니다.


그렇게 놀다 지치면 새로운 뭔가를 구상합니다. 바로 눈사람 만들기 놀이입니다. 그때만 해도 아파트마다 연탄 아궁이 하나쯤은 있었습니다. 요즘엔 연탄가스에 대한 위험성과 불편함 때문에 종적을 감추고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중요한 난방수단이었습니다. 아침 저녁이 되면 집집에서 나온 타고 남은 연탄들을 꼬챙이에 꼽아서 들고 나오는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화가 나면 그 연탄을 발로 차거나 멀리 던져 깨부수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 연탄은 눈사람을 만들때 매우 요긴하게 쓰이는 소재입니다. 눈사람을 만드는데 있어서 일종의 '터닦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연탄의 위쪽에 눈을 수북히 얹어 구멍을 메꿉니다. 그리고 연탄을 둘둘 돌려가며 눈을 더욱 더 크게 붙힙니다. 그런 뒤 이 '초벌작업'한 연탄덩어리를 눈이 쌓인 바닥에 돌돌돌 굴리며 조금씩 키워나가면 됩니다. 물론 초반에는 이 '작업'을 하다가 '복병'인 돌을 만나 쪼개지기도 하고 실컷 뭉쳐 놓은 눈덩이가 부서지기도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노력하다 보면 어느덧 꽤 묵직한 덩어리가 됩니다. 그 다음 그 눈덩이를 돌돌 굴려 언덕으로 갑니다. 그리고 언덕을 따라 친구들과 굴리면서 내려갑니다. 처음에는 이게 언제 커지냐 싶다가 어느순간 무릎까지 오게되고, 또 어느순간 허리까지 오게됩니다. 그리고 몇번 언덕과 마당을 들락거리면 이제는 둘셋이거 굴리기 힘든 수준까지 어마어마하게 커지게 됩니다. 이쯤 되면 이 덩어리를 그늘에 슬쩍 두고 나머지 덩이 하나를 더 만듭니다. 그리고 똑같은 작업을 진행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몸통'보다 더 작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대두'가 될테니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눈덩이는 친구들과 '낑낑'거리며 들어올려 몸통에 이쁘게 얹으면 비로소 눈사람이 완성됩니다. 가끔 나약선 친구녀석때문에 이 눈덩이를 드는 과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깨져서 다시 '작업'을 해야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는 친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미소가득한 아쉬움이 다일 뿐이죠. 다 만들어진 두덩이의 눈에 나무도 갖다 붙이고 돌맹이도 넣고 하다보면 그럴듯한 눈사람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그늘에 만들어 둔 눈사람은 누군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그 겨울동안은 어떻게든 버티게 되는데 이 눈사람이 슬슬 녹을때쯤이면 '봄이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나노테크 기술로 탄생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눈사람


이제 도시에서 이런식으로 놀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여전히 즐거운 소재인가봅니다. 최근 영국의 국립 물리학 실험실의 나노테크 전문가인 데이비드 콕스씨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나노테크를 이용해 만들어진 눈사람의 크기는 고작 0.01mm 수준으로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1/5가량에 불과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 눈사람은 2개의 구슬을 현미경과 백금을 이용해 용접하여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눈과 입은 이온빔을 이용해 새겨냈고, 이쁘고 작은 코는 백금축적물이 사용됐습니다. 그저 작은 눈사람이지만 나노테크기술의 집약체라 불릴만 합니다. 아무시 세상에서 가장 작은 눈사람이라도, 이 눈사람을 보며 여전히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저나 데이빗 콕스씨나 매 한가지인가 봅니다.

출처 : Gizmowatch
글/편집 : http://hotstu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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