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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대통령께 뭘 했는가?

토크&토크

by 핫스터프™ 2009. 5. 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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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적는 말이지만, 요 몇일 사이 각 커뮤니티와 블로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글들이 참 많이도 올라왔었습니다. 때로는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이, 때로는 화가 불끈 치밀어 오르는 사진이 섞인 글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죠. 정치적인 상황이 어찌되었든, 그리고 노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한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한 나라의 수장이고 서민대통령의 표상이었던 그가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은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되었습니다.

2006년 12월, 나도 그를 욕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한국일보)

하지만 솔직히 전 저 스스로 함부로 노대통령을 그리워하거나 잘못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속으로 조용하게 명복을 빌었습니다. 이제서야 노대통령의 그 인자한 얼굴이 우리곁을 맴돌고 있지만 과연 그가 재임기간에 있을때 우리는 그에게 무슨 힘이 되어줬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서민의 대통령이자 참여정부를 자처한 그가 이룩해낸 업적도 많지만 본의 아니게 서민에게 힘든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었고 또 소위 막말 발언으로 '대통령이 저래도 되나'라는 비아냥을 했던 경우 또한 많았습니다. 그래서 노대통령이 생전 봉하마을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했던 "일하는 동안에는 그렇게 욕을 하더니, 노니까 좋데요"라며 웃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씁쓸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 얼굴이 화끈 거리기도 하더군요. '아이구 이 냄비근성같은 인간아'라고 자책하면서 말이죠. 그동안 기쁠때든 슬플때든 막상 힘이 되어주지 못했는데 그가 슈퍼에서 담배한대 피는 모습에, 그리고 잔디풀밭에서 썰매를 타는 전혀 대통령같지 않은 장난스러움을 보고 이제서야 그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다니! 범인은 아니었음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다니 말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것이 사실 그렇습니다. 있을때에는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지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과연 그런 오랜 이야기를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주기 위해 부엉이 바위를 선택하신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한때 물끓듯 부웅 일어났다가 조금만 지나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워지는 그런 우리네의 오랜 습관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가 아닌가 라며 이야기 하고 싶으셨던 것은 아닌지요, 정책의 잘잘못을 현재의 고통이나 단순한 감정의 기복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조있는 선택을 믿고 또 장기적인 안목을 토대로 기쁠때는 기쁜대로, 슬플때는 슬픈대로, 힘들때는 힘든대로 감내하고 소통하며 이겨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실천하고자 했던 이상들이 이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온몸 바쳐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상황들이 우리에게는 소통과 교류의 의미를 갸우뚱하게 하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냉철한 시각으로 열린 마음과 차가운 이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일은 종교적으로 보면 죄악입니다만,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선택도 진심으로 존중합니다. 그게 가족과 모든 국민에게 아픔이 될 지언정, 마지막 그 행동은 당신의 도피가 아닌 우리를 일깨우기 위한 새로운 자극제를 위함이라고 믿겠습니다. 혹시 부엉이 바위의 차가운 언덕에서 내 손가락 하나가 당신의 어깨가 아닌 등을 찌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기억하고 생각하겠습니다. 보다 차가운 이성을 갖고 냉철하게 세상을 판단하는 에너지원을 당신의 흔적을 통해 만들어 내겠습니다. 비록 힘이 되어주지 못했지만, 당신이 떠나는 그 1주일여의 기간 동안만큼은 제 홈페이지를 통해서나마 그 슬픔을 나누도록 허락부탁드립니다. 짧게나마 어설픈 글놀림으로 당신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몇 자 적어봅니다.

편히 잠드시길 바랍니다.

2009년 5월 25일 월요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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