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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에서 만난 센스쟁이

토크&토크

by 핫스터프™ 2009. 9.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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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주차난이 심할때는 지하주차장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면 비도 안맞고, 먼지도 적게 쌓이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사시는 곳 마다 지하주차장에는 이런차가 한두대씩 꼭 있습니다.
바로 장.기.주.차 차량이죠.
이동도 하지 않고 그자리에 꼼짝하지 않은상태로 1달 이상 묵혀 있는 차량들인데요,
이런 차량은 통상

1. 해외로 나갔거나
2. 버려진 차량이거나
3. 뭔가 큰일이 생겼거나..ㄷㄷ

세가지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주차장에 차를 오래 대어 두는 것이 무슨 대수겠냐 싶습니다만,
문제는 움직이지 않고 오래 차를 대어두다 보니 먼지나 때가 잔뜩 쌓여서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다는 점도 있고,
차안이 안보일 지경에 이르는 경우 왠지 모르게 조금은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게 문제죠.

제가 사는 곳에도 그런 차가 1대 있습니다.
아니, 얼마전까지만해도 1대가 더 있어서 총 2대였죠.
(제가 자주 이동하는 지하1층에서만 2대를 봤으니 지하2,3층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이 중 한대는 기적적으로 이동을 했고(아마 배터리는 방전상태였을겁니다. 근 2달 이상이었으니까요.)
나머지 한대는 아직도 그 상태 그대로입니다.
최근에는 본네트에 '똥'이라는 글자가 적히더니 '구녕'이라는 말이 더해져서 '똥구녕'이라는 낙서까지 생길 지경입니다.
아마 혼자서 '똥구녕'이라고 적기에는 좀 그랬나봅니다.
이러다가 끝말잇기라도 할 기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뭔가 요상합니다.
마치 사람이 타고 있는 느낌?ㄷㄷㄷ
여튼 변화가 느껴져서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어라?
이 차에 누가 멋진 그림을 그려놨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볼까요?


그림이 나름 절묘한 배치인데다가 이제 악셀레이터만 밟으면 앞으로 나갈 기세입니다.
심지어 왼쪽사람이 똥꾸녕인지 오른쪽 사람이 똥꾸녕인지 화살표로 평가까지 해 뒀습니다-0-;
여러분은 왼쪽이 똥꾸녕 같으세요? 오른쪽이 똥꾸녕 같으세요?;;
칙칙하고 지저분하게 먼지만 쌓여져있던 차를 보곤 웃음이 피식 나긴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이걸 그린 사람,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라인을 그림에 있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으며 가능한 손꾸락을 덜 오염시키기 위해서인지 라인의 이음매는 물론 이동되는 모습도 꽤나 계산적(?)입니다.
덕분에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입니다.
특이한 점은 두 사람 다 안경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안경을 쓰고 있거나 안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운전자는 운전이 즐거운가봅니다.
핸들을 잡고 신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상황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오른쪽 운전자는 완전 만취상태이거나 침을 흘리며 장시간 취침상태인 것 같습니다.
운전자의 상황을 봤을때 약간 삐뚤어진 입은 신난 표정이라기 보다는..
'아이X, 이녀석때문에 또 내가 고생이네'라며 '썩소'를 보내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조수석 운전자의 어깨가 좁고 독특한 모자 형태를 봐서는 아무래도 여자같습니다.
그럼 이 남자는 이 친구의 남자친구 혹은 동료쯤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독특한 모자는 물론 동그란 테안경을 쓴 것으로 보아 나름 개성이 있는 친구인 듯 합니다.
더불어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친구는 물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꽤나 신중하고 운전에 있어 안전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헤어스타일이 다소곳하고 과장됨이 없으니 이 친구, 나이가 좀 있는 친구같습니다.
아니면 직종면에서 조수석의 친구에 비해 꽤나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한 직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몇분간 그림을 보면서 이처럼 재미있는 상상을 한번 해봤습니다.
마치 명사의 작품을 감상하듯 말이죠.
비록 자동차에 그린 낙서수준의 그림이지만,
이 그림을 통해 이 주인잃은 자동차에 새로운 생명의 느낌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낀다는 점에서
꽤나 신선하게 다가오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네요.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리고 이 자동차속의 주인공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어떤 사람들 같으세요?
마지막으로 창작자는 그림속 주인공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렸을까요?
아마 이 그림을 그리고 손이 무척 지저분해졌을텐데, 어떻게 조치했을까요?
혹시나 '똥구녕' 글씨와 화살표를 그린 장본인과 같은 인물은 아닐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당신의 그 센스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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