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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의 발전,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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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핫스터프™ 2010. 3. 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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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은 네 가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언(言)과 서(書)는 한자에 친하지 않은 요즘에도 많이 사용하는 한자이니 잘 아실 테고, 판(判)은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판단력을 의미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네 가지 가운데 가장 먼저 판단되는 부분이 바로 신(身)이라는데 있습니다. 무릇 신이라 하면 인체를 의미합니다. 즉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말하는데요, 관리를 등용하는 매우 중요한 절차에서도 그 사람의 지능이나 언품보다도 그 사람이 가진 외향이나 풍채를 우선적으로 봤다고 하니 외모지상주의가 되어가는 요즘의 세태는 결국 인간의 본능과도 맞닿아 있는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지각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는 지각능력은 바로 시각입니다. 사람을 만나건, 과거 급제를 하기 위해서건 우선적으로 보여지고 판단되는 것은 바로 시각정보에 의해서입니다. 이렇게 연결해서 보니 우리가 좀 더 화려한 디스플레이나 큼직한 화면 그리고 더 뛰어난 성능의 디스플레이를 갈구하는 것은 결국 신언서판의 고사성어는 물론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첫인상과 같이 사뭇 다를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생존과 역사 그리고 본능과 맞닿아 있는 디스플레이, 과연 디스플레이는 어디까지 진화했을까요?


1. 일단 크고 봐야 해! 누가 누가 큰가 내기해볼까?
공간이 허용하는 한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커야 제 맛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영화를 볼 때면 조금이라도 더 큰 화면을 찾아서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영화관을 찾아가기도 하는데요, 대화면을 통해 화면 속 주인공이 내가 되고 화면 속에 내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명암비나 화질 등의 문제가 걸려있긴 하지만 그만큼 대화면의 디스플레이는 몰입도가 좋기 때문이죠. 극장에서와 같이 빛을 조영하여 영상을 투과해 렌즈를 통해 확장시키는 프로젝터 방식을 제외하고 센서에서 직접 빛을 발광해 만들어내는 디스플레이 가운데 가장 큰 제품은 파나소닉의 제품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필두로 잠식한 세계시장에서 파나소닉이 선택한 키워드는 바로 크기입니다. 이 회사에서 선보인 PDP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무려 150인치입니다. 대각선 길이만 해도 3.81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입니다. 2008년 CES2008을 통해 시제품을 선보인 후 2009년 양산을 계획했던 이 제품은 2009년 후반 경 양산공장을 완공한 상태입니다. VIERA PDP로 명명된 이 제품은 기존 1080p HDTV의 1080x1920픽셀 보다 큰 2160x4096픽셀 이라는 고화질의 해상도를 갖추고 있으며 실제 색상과 비슷한 색감의 재현, 그리고 빠른 응답속도와 깨끗한 동적 이미지 처리 기술 등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벽이 작아서 TV를 걸 수 없겠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2. 두꺼운 건 딱 질색! 무조건 얇아야 해!
20~30년 전 TV는 그야말로 집안의 가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TV가격이 어지간한 집 한 채 가격과도 맞먹었기 때문이죠. 동네에 TV를 갖고 있는 집이 하나 있을까 말까 한 그 시절, TV가 있는 그 집은 동네방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때론 극장으로, 때론 회관으로 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TV들은 가구의 컨셉을 닮아 있습니다. 묵직하고 듬직한 외관과 견실한 다리까지 갖추고 심지어 무대의 막이 열리고 장롱의 문이 열리듯 도어커버까지 갖추고 있었죠. 하지만 현대인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날씬, 슬림함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TV도 그런 경향을 이어받아 ‘더욱 얇게’라는 모토가 적용됐습니다. 그 결과 한때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벽걸이 TV가 현실화 되고 이제 신혼 살림 중 1순위 제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벽걸이 TV가 될 정도로 대중화 되었죠. 이제 단순히 벽에 걸어서는 특출한 제품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대화면 제품 중 세계에서 가장 얇은 제품은 LG전자에서 선보인 2.6mm 두께의 42인치 PDP TV입니다. 100원짜리 동전이 1.9mm 전후임을 감안하면 동전 1개에서 살짝 더 큰 수준의 TV인데요, 이런 슬림한 두께 덕분에 무게가 4kg 미만이라는 점은 진정한 벽걸이 TV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 깨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던 100미터 달리기의 세계기록을 보기 좋게 갱신하고 또 갱신하는 우사인 볼트를 보면, 향후 디스플레이의 두께 경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3. 그야말로 상상력의 극치! 돌돌 말아 보관할 순 없을까?
어린 시절 방학숙제로 내주던 공상과학 그림 그리기를 보면 꼭 한번쯤은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마치 카펫처럼 평상시에는 돌돌 말아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벽에다가 옷 걸듯이 척하니 걸어 사용하는 TV죠. 그걸 그릴 그 당시만 해도 그런 기술은 상당히 오랜 시간 후에 개발될 것 같았는데(사실 2000년에 자동차가 날아다닐 것으로 생각을 하긴 했지만요) 이제는 정말 현실화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최근 그에 대한 결과물이 하나 둘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돌돌 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처럼 유리와 같은 강한 재질을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만 TFT LCD 디스플레이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500도에 이르는 고열이 발생되고 시야각에 따라 화질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OLED의 탄생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게 서광을 비쳐줬습니다. TFT LCD와는 달리 시야각이 180도에 이르고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별도의 백라이트가 없어 구조적으로 플렉서블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자책에 사용되는 전자잉크 역시 구조적으로 간단한데다가 시야각이 없어 몇몇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 삼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제작해 전시회 등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돌돌 마는 디스플레이가 현실화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보는 신문에서 책, 잡지 아마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예상됩니다.


4. 뭔가 좀 튀는 것을 원해? 그렇다면 투명한 디스플레이!
길을 가다가 쇼윈도에 전시된 예쁜 가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아주 멋지면서 고급스러운 것이 딱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제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쇼윈도에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화면에 가방에 대한 정보 및 재질, 장인들의 생산과정을 담은 동영상, 게다가 코디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행인이 매장으로 들어가자 쇼윈도는 다시금 투명한 모습 그대로 돌아옵니다. 무슨 미래의 SF영화 같다고요? 이는 10~20년 뒤면 보편화될 기술 중 하나입니다. 작년 초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한국의 두 과학자가 선보인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의 홍병희 화학과 교수와 최재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반도체 공정에 적용 가능한 대(大)면적 그래핀의 제조기술과 그래핀으로 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패터닝 기술’이었습니다. 이는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그래핀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소재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및 전극 소재로 주목 받고 있는 소재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있는 트랜지스터의 소재인 인듐을 대체할 수 있을뿐더러 신축성이나 유연성, 게다가 투명도까지 가진 소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그래핀을 이용한 투명전극의 경우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와는 달리 20~30%씩 잡아당겨도 전기적인 특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결국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높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상용화 되면 우리의 삶은 더욱 정보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가 흔히 보던 창문이나 쇼윈도도, 그리고 자동차 유리도, 심지어 군사기술까지도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더욱 편리해질 전망입니다.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자본을 투자해 개발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세계적인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투명디스플레이는 2010년 10억불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약 7년 뒤에는 300억, 무려 3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의 약 15%를 차지하는 수치로,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디스플레이 10대 가운데 1.5대가 투명 디스플레이라는 말이 됩니다. 바야흐로 정보와 생활이 밀착화되고 보편화 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죠.

최근 광고중인 LG전자 인피니아,
디스플레이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앞으로 디스플레이의 진화 목적을 잘 보여주는 광고란 생각이 듭니다. 

디스플레이의 미래는 항상 초록불!
1854년 독일에서 액정이 발견되어 LCD 디스플레이의 탄생에 시초가 된지도 155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때 중년 아저씨의 배처럼 불룩한 TV를 당연시하고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휴대가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볼만한 꿈의 기기라고 여겨졌던 시대가 불과 20여년전이었는데, 이제 우리는 걸고, 접고, 말고, 심지어 유리같이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보고 공유하는 시대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능과 욕구가 맞닿아 있고 그에 맞는 수요가 창출되면서 거대 자본과 과학자의 창의력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세계 최초의 웹캠은 영국의 한 실험실 복도 끝에 있는 맛있는 커피가 너무 빨리 동이 나서 수없이 허탕을 쳐야 했던 과학자가 자기의 자리에서 커피의 양을 확인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은 욕구와 필요가 세상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바꿔주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디스플레이는 노란불이나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는 항상 초록불이 켜진 고속도로와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


 

이 포스트는 현대리 과장만들기 프로젝트 시즌2에 게시된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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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편집 : http://hotstuf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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